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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살의 손목

    37
    사용자 정보 없음(@rosie)
    2019-03-01 09:45:25





 
 
햇살의 손목
 
 
 
비둘기들이 새우깡을 먹고 있다.
단번에 삼킬 수도 있으련만
땅바닥에 두드려 부러뜨리고 있다.
저 영악한 것들, 이제
흙먼지까지 털어내고 먹네!
비둘기가 떠난 텅 빈 밥상에 다가가 보니
개미들이 부산하다, 먼저 식사중이던
개미까지도 곁들일 수 있었으련만
거참, 탁탁 털어내고 새우깡만 먹다니!
비둘기들이 걸어간 모퉁이 쪽으로 햇살이 환하다.
새우깡 안에서 미쳐 뛰쳐나오지 못한 개미들아,
놀라지마라, 비둘기 뱃속에서
촉수를 놓고 잠이 들 때까지
햇살이 아장아장 비둘기들을 따라다닌다.
비둘기들의 발목에 감기는
가을 햇살의 손목이 희고 가느다랗다.
 
 
 
 
- 이정록 시집 『 의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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