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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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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정보 없음(@rosie)2018-09-25 22:25:06

여름의 문장
공원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곁에서 서성거리던 바람이 가끔씩 책장을 넘긴다.
길고 지루하던 산문(散文)의 여름날도 책장을 넘기듯 고요하게 익어가고
오구나무 가지 사이에 투명한 매미의 허물이 붙어있다.
소리 하나로 여름을 휘어잡던 눈과 배와 뒷다리의 힘,
저 솜털의 미세한 촉수까지도 생생하게 붙들고 있다.
매미의 허물 속으로 입김을 불어 넣어주면
다시 한 번 여름을 공명통처럼 부풀려 놓을 것만 같다.
한 떼의 불량한 바람이 공원을 지나고
내 머리 위로 뚝 떨어지는
저 텅 빈 기호 하나,
정수리에서부터 등까지 북 내려그은
예리한 저 상처.
- 김나영 詩集『 왼손의 쓸모 』中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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