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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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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정보 없음(@rosie)2020-03-26 05:34:33

초원의 빛
그때가 유월이었던가요당신이 나를 슬쩍 밀었던가요그래서 풀밭에 덜렁 누웠던 것인데초록이 나를 때렸죠등짝에 찰싹, 초록 풀물이 들었죠
나는 왠지 모를 눈물이 핑 돌아벌떡 일어나, 그 너른풀밭을 마구 달렸죠초록 신발이 벗겨지는 것도 몰랐죠숨은 가쁘고 바람에 머리는 헝클어졌죠나는 그때, 거의, 사랑에 붙잡힐 뻔했죠
언덕에서 느릅나무는 이 모든 걸 보고 있었죠한낮의 열기 속에서초록은 꽁지 짧은 새들을 때렸죠키 작은 제비꽃들도 때렸죠더 짙고 아득한 곳으로 질주하는한줄기 어떤 청춘의 빛이 있었죠
- 송찬호 시집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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