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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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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정보 없음(@rosie)2020-03-02 18:48:06

그림:원은희
젖은 생각
마른 빨래에서 덜 휘발된 사람의 온기,달큰한 비린내를 맡으며 통증처럼누군가 욱신욱신 그립다삼월의 창문을 열어 놓고 설거지통 그릇들을소리나게 닦으며 시들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며나는 자꾸 기린처럼 목이 길어진다온 집안을 빙글빙글 바람개비 돌리며바람이 좋아 바람이 너무 좋아 고백하는 내게어머니는 봄바람엔 뭐든 잘 마르지 하신다초봄 바람이 너무 좋아 어머니는무엇이든 말릴 생각을 하시고나는 무엇이든 젖은 생각을 한다
- 권형현 시집 『 밥이나 먹자, 꽃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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