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스튜디오

자유게시판
-
저녁 일곱시
37
사용자 정보 없음(@rosie)2020-02-27 18:44:50

저녁 일곱시
저녁의 창문들은제 겨드랑이를 지나간 바람이나이마 위로 흘러간 구름들을 생각하느라골똘하고 고요하다
나도 하루종일어떤 생각이란 것에 매달린 셈이다한동안 뜨겁게 나를 지나간끝내 내것 아니었던 사랑에 대해서라면할말이 그리 많지 않다
이 푸른 저녁 공기는어떤 위안의 말도 전해준 바 없지만나는 이미 충분히 위로받은 것이다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흰 죽지 새의쭉, 경련하듯 뻗은 다리의 헛된 결기를 보면 안다
저녁 일곱시하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벌겋게 타오르던 노을이쇠잔해져 어둠에 사그라지는 것만 봐도 안다마지막 네 눈빛이 그러하였다
- 엄원태 시집 『 물방울 무덤 』중에서 - 토닥토닥 음악편지
댓글 0
(0 / 1000자)
- 쪽지보내기
- 로그방문
브라우저 크기를 조정해 주시거나
PC 환경에서 사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