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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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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정보 없음(@rosie)2020-01-15 08:51:16

훔친다
모든 속삭임은단 한 사람에게로반짝이며 흐른다는 깨달음과내게는 속삭임이 닿지 않으리라는예감이 언제나 축축했다
한 사람에게 잘 흐르고 있는어떤 마음을 퍼다가항아리에 몰래 담아놓고나는 일평생 엿듣는다과연 아무도 직접말을 걸어오지 않으니,
오래 엿듣다보니나, 그 어떤 마음의 한 송이 같다꼭 내 뺨에 스미는 듯한다감한 입김에알았어요, 알았어요나는 정말로 수줍다
누군가를 나는 훔친다내가 그 한 송이였으면,
그 누군가는오래 전에 사라졌다는그런 언잖은 기별을나는 몹시 기다린다.
- 한영옥 시집 『 비천한 빠름이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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