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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는 사람처럼
37사용자 정보 없음(@rosie)2019-11-28 07:53:44
이별하는 사람처럼
이별하는 사람처럼할 말을 조용히 입술 안에 가뒀지
비가 왔고앙상한 나뭇가지 관절마다물방울들이 반짝였지크리스마스트리의 오너먼트들처럼
우리는 물방울의 개수를 끝없이 세고 싶었어이만이천 스물셋 이만이천 스물넷.....
나는 조용히 일어나처음 해보는 것처럼 수족을 움직여찻물을 끓였고
수저를 달그락거리며너는 평생 동안 그래온 사람처럼오래도록 설탕을 녹였지
해가 조금씩 기울었지베란다의 화분들이그림자를 조금씩 움직였지
선물처럼 심장에서 무언가를 꺼내니내 손바닥엔 까만돌멩이 하나
답례처럼 무언가를 허파에서 꺼내니네 손바닥엔 하얀 돌멩이하나
이별하는 사람처럼 우리는뚱한 돌멩이가 되었지
- 김소연 시집 『 수학자의 아침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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