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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 그러나
37사용자 정보 없음(@rosie)2019-10-31 00:40:54
기억한다, 그러나
기억한다
벼랑 위에서 풀을 뜯던 말의 목선을
그러나 알지 못한다
왜 그토록 머리를 깊이 숙여야 했는지
벼랑을 기어오르던 해풍이
왜 풀을 뜯고 있던 말의 갈기를 흔들었는지
서럭서럭 풀 뜯는 소리,
그때마다 왜 바다는 시퍼렇게 일렁였는지
밧줄은 보이지 않았는지
왜 말이 묶여 있다고 생각했는지
기억한다, 말의 눈동자를
그러나 알지 못한다
말의 눈동자에 비친 풀이
왜 말의 입에서 짓이겨져야 했는지
- 나희덕 시집 『 야생사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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