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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예의
37사용자 정보 없음(@rosie)2019-08-28 08:01:01
집에 대한 예의
사랑하라.
긴 여행길에 오른 당신의 삶을
비바람 태풍에 끄떡없는 집을 짓는 까치도
제 몸보다 수백 배 큰 집을 짓는 개미도
기도하듯 만든 집에서
새끼 낳고 키우며 사랑 하나로 버티거늘
우리 삶에 사랑이 없다면 궁궐인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사막을 걷는 낙타의 오아시스 같은 집
일을 마치고 해거름 돌아와
하루를 감사해 하며
내일이면 다시 못할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웃고
철없는 아이처럼 뛰며
살아 있음을 마음껏 즐거워하라
이는 집에 대한 당신의 예의
여행이 끝나는 날 마지막 휴식처
가장 편안한 무덤의 문을 열 때 까지.
- 이길원 시집 『 꽃을 심는 손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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