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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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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정보 없음(@rosie)2019-06-06 08:38:21

세상의 모든 휴가
어느 날인가는 문득 사과를 하고
밖으로 나가 휴가를 시작하자
그때가 되면 대기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꼼짝을 않고
꼼짝 않고 바닥에 주차선을 그리는 사람들
그래, 바닥에는 아무 선도 그리지 말자
어느 날인가는 쉴 새 없이 창을 때리는 비가 오고
나 혼자 서둘러 놀라고
이윽고 거리가 떠들썩해지면
나 혼자 먹먹해질 것이다.
표정을 바꾸지 않고
딴 마음을 먹고
투명한 과자를 구우리
오리들이 드러나 있는
호수
까맣게 잊어버리리
예전과 다름없이 몇몇 이웃을 들락거리고
그들의 집 앞에 커다란 초인종을 만들어 달아 놓을 것이다.
보호할 수 없는 지상의 날들
날들 속으로 지금처럼 계속 걸어가는 것이다
깃발을 펼치듯이
세상의 모든 휴가를 활짝 펴고
- 이수명 시집 『 마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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