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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꽃

    37
    사용자 정보 없음(@rosie)
    2019-04-16 07:02:20





 
 
사과꽃



아프다고 썼다가 지우고 나니

사과꽃 피었습니다
보고 싶다고 썼다가 지우고 나니
사과꽃 하얗게 피었습니다

하얀 사과꽃 속에 숨은 분홍은
우리가 떠나고 난 뒤에
무엇이 되어 있을까요
살면서 가졌던 꿈은
그리 큰 게 아니었지요
사과꽃 같이 피어만 있어도 좋은
꿈이었지요
그 꿈을 못 이루고 갈 것만 같은

늦은 봄
간절하였다고 썼다가 지우고 나니
사과꽃 하얗게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시집 『 사월 바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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