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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이 가면서 내게 하는 귓속말

    37
    사용자 정보 없음(@rosie)
    2019-03-14 06:06:24





 
 
세월이 가면서 내게 하는 귓속말
 
 
나를 울려놓고 너는
내가 안 보인다고 한다
이 깊은 울음바다 속을 헤매다니는
날더러 바람 소리라고 한다
 해가 가고 달이 가는 소리라고 한다
 

나를 울려놓고 울려놓고
가을나무가 한꺼번에
제 몸을 흔드는 소리라고 한다
수수 백년 내 울음소리 위에 턱 괴고 누워선
아무도 없는데
누가 우느냐고 한다
 

설핏한 해 그림자
마침내 떠나갈 어느 기슭에
꾀꼬리 소리 같은 초분 하나 지어놓고선
어서어서 군불이나 더 지피라고 한다
새하얗게 이불 홑청이나 빨아놓으라고 한다
 
 
 
- 김명리 시집 『 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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