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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이라는 이름의 처방전

    37
    사용자 정보 없음(@rosie)
    2019-01-13 07:01:45







 
 
그냥이라는 이름의 처방전
 
 
 
무지개약국에는 간판이 없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잃어버린 눈빛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뿐
 
염색약을 마시고 검은 물결을 머리통에 매단 소녀들아
너희가 밍밍한 어제에 대해 가늠할 때 나는
우리라고 명명된 오늘을 간음하고 있었지
 
구름사다리처럼 마른 곡선으로 눈 뜬 소년
비어버린 평면에 대해
막자를 굴리며 바람을 채집하던 소년
넘칠 듯 말 듯 한 발등에 대해
습관적으로 땅을 차며 걷는 소년
입 안 가득 들어 있는 관계의 분말에 대해
 
시간을 자르는 도마 위를 겅중겅중 달리는 소녀들아
나와 함께 춤추지 않을래?
 
활달하게 조제된 공기
푸짐한 리듬의 안과 밖
 
이곳은 가볍고 탄성 좋은 잃어버린 날씨들의 도시
정신과 신체에 대해 반응하기 딱 좋은 세계
소년의 풀어진 눈알들
둥둥 떠다니는 소녀들
 
눈빛, 눈빛 단단하게 뭉쳐 우리의
무지개약국 간판 귀퉁이에다 슬쩍 매달고
그냥,
 
 
 
 
- 김은주 시집 『 희치희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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