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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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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정보 없음(@rosie)2018-12-26 16:16:49

가시
가지가 되다 말았을까 잎이 되다 말았을까
날카로운 한 점 끝에 온 힘을 모은 채
가시는 더 자라지 않는구나
걸어다닐 줄도 말할 줄도 모르고
남을 해치는 일이라곤 도저히 모르는
그저 가만히 서서 산소밖에 만들 줄 모르는
저 푸르고 순한 꽃나무 속에
어떻게 저런 공격성이 숨어 있었을까
수액 속에도 불안이 있었던 것일까
꽃과 열매를 노리는 힘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것일까
꽃을 꺾으로 오는 놈은 누구라도
이 사나운 살을 꽂아 피를 내리라
그런 일념의 분노가 있었던 것일까
한뿌리에서 올라온 똑같은 수액이건만
어느 것은 꽃이 되고
어느 것은 가시가 되었구나
- 김기택 시집 『 사무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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