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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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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정보 없음(@rosie)2018-12-13 14:45:00
![](https://cdn.inlive.co.kr/inLive/release/board/studio/2018/12/13/634627_290042_700.jpg)
달팽이 대장
나는 달팽이의 대장
비 오는 날엔 목을 길게 빼고
쏟아지는 빗물 받아 마셨다
축축한 담장 밑에 모여
우리들은 벽을 오르고 싶다
벽은 멀어도
꼭대기에 오를 때까지
비는 내릴 거야
중간쯤 올랐을 때
벽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몽글몽글 햇빛에 구워진 빵처럼
말라갔다
더러는 조금 위에서
더러는 조금 밑에서
거대한 벽의 사막에서
점점이 수직으로 붙어서
바다를 증명하려는 조개의 화석처럼
그 애들이 굳어가는 걸
보았다 나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단단히
굳어가면서
- 진은영 시집 『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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